안녕하세요. 프리랜서 8년차 한영 통번역사 김수연입니다. 주로 마케팅, 의료/임상, 공학 분야를 다룹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 장래희망으로 '동시통역사'를 적었던 적이 있었어요.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결국 동시통역사가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회사에 취업해 한동안 다니기도 했지만 성향을 따라 다른 일을 여럿 고려했어요. 그 중 하나가 영상번역이었습니다. 당시엔 아직도 케이블 방송에서 해외 드라마를 방영하던 시절이었어요. 쉽게 보고 시작했다가 매일 밤새고 정말 고생 많이 했죠. 출판번역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건드려 보면서 번역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막상 공부하면서는 통역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지금은 통역과 번역을 둘 다 하게 되었네요.

졸업 후엔 인하우스 에디터로 처음 일했는데, 신기하게도 계약서상 겸직이 가능한 곳이었어요. 예전에 일했던 어떤 에디터님이 잔다르크처럼 그런 근무 조건을 쟁취해 냈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나서서 환경을 잘 만들어 두면 결국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된다는 교훈이!) 그래서 인하우스로 일하는 중에도 저녁에는 투잡이 가능했고, 대학원 동기가 번역 일감을 주었던 것이 첫 번역 일감이었던 것 같네요. 

Q. 어릴 때의 어렴풋한 로망을 이루신 거네요!
일하면서 겪은 일이나 배운 점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엔 일이 간간이 들어오긴 했는데 많지는 않았어요. 막막하고 걱정이 많았죠. 이렇게 해서 먹고는 살 수 있을까 계속 의심이 되었고요. 이 시기에는 프리랜서 생활이 불안해서 중간중간 1~2달짜리 통역 프로젝트도 병행했습니다. 그래도 버티다 보니 일이 일을 물고 들어오더라고요. 일을 하다 보면 연속성이 있어서 시리즈로 하게 되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생기면서 점점 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4~6년 차는 일이 점점 불어나는 시기였습니다. 일의 분야도 확장되고 클라이언트도 다양해져서 너무 재밌었어요. 드디어 돈도 벌기 시작했습니다. 신이 났고,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죠. 일이 들어오면 거절할 줄을 몰라서 밤을 새운 날도 많았습니다.

코로나가 터진 것이 이즈음이었어요. 코로나가 본격화된 첫 달엔 모든 통역이 취소되고 수입이 정말 0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았죠. 대부분 다른 통역사들은 인하우스로 들어간다고들 하는데, 저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고요. 근데 그즈음 번역 일이 갑자기 늘었습니다. 그렇게 번역으로 버티다 보니 번역 일은 계속 불어났고, 회사들은 점차 출장과 행사를 모두 화상으로 돌렸습니다. 화상통역이 늘면서 통역 일은 오히려 전보다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 두 대를 동원해서 통역하던 것도, 나중엔 비대면 플랫폼에 동시통역 기능이 추가되었죠. 

Q. 코로나가 통번역사들에겐 위험이자 기회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일을 할 때 특히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통역이든, 번역이든 모든 일을 할 때 대학원에서 배웠던 윤리강령(Code of Ethics)을 지키려고 합니다. 전문성, 정확성, 공정성 등은 모두가 예상 가능한 부분이겠지만, 재밌는 항목 하나가 ‘통번역사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부분(professional solidarity)이에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작업물을 비하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서로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오류 투성이인 작업물을 어떻게 비판하지 않을 수 있나 싶었는데, 여러 일을 겪어 보니 이제는 상황도 모르고 무작정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낍니다. 작업 시간은 충분했는지, 요율은 적당했는지, 지시는 정확했는지, 마지막에 편집자가 손을 댄 건 아닌지 등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채로 작업물만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거죠. 

Q. 일하다 보면 여러 고민이 들곤 해요. 지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성입니다. 재작년쯤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부 떠안았다가 몸이 축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일을 줄이겠다고 결심했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노동의 강도와 총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프리랜서 초반에는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8월의 진짜 시작인 이번 주에는

🐯호랭 번역스터디📚와 💙🫡영업챌린지+코칭이 시작되었는데요!

이번 번역스터디 2기에는 감도 높은 기업의 브랜드 톤과 보이스를 분석해 '좋은 것을 더 좋게' 하는 마케팅과 카피라이팅 테크닉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체화하는 특별한 세션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영업챌린지는 3기를 맞아 코칭 요소가 훨씬 더 가미 되었는데요 :) 영업을 하기 이전에 나의 특성과 지향성을 검토하고, 내가 단순히 바라는 것이 아닌, 진짜로 필요한 것들을 먼저 챙겨 속이 꽉 찬 든든한 액션플랜을 구축하는 다양한 활동이 예정되어 있어요.

수년 간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본 경험의 엑기스 중 엑기스를 모아 준비한 프로그램이 여러분의 양분이 되길 바라는 것이 우리 호랭 리더들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