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하고 있던 MTPE,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나! 요즘 호랭오피스가 밤낮 할 것 없이 북적거린다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미니프로그램 속 호랭 교류 들여다보기! 외화 수입을 벌어들이는 프리랜서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11월 마지막 특강인 프리랜서 재정관리 특강까지!

🤖MTPE 작업은 인간 번역가를 어떻게 바꿀까👩🏻

위더네이티브에서는 번역에 관한 다양한 글을 소개해 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때로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용적인 글을, 때로는 번역가의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 형식의 글을 선보이기도 하죠. 이번에는 위더네이티브 멤버분께서 한동안 MTPE 작업에 집중하다가 오랜만에 일반 번역 작업을 맡으며 떠오른 생각을 에세이로 풀어내신 글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 기계번역 후 편집)와 번역은 같은 ‘번역 작업’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실제로 두 업무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이 차이를 실감하게 된 건 약 1년 전, MTPE 작업을 주로 하다가 오랜만에 일반 번역 작업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그새 MTPE 일에 익숙해졌는지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할 타깃 세그먼트가 텅 빈 모습에 순간 막막해진 것이다. 곧이어 그런 스스로에게 좀 충격을 받은 건 물론이고. ‘얘, 빈 세그먼트를 채우는 게 원래 네 일이야.’ 생각하면서 말이다. 곧장 정신을 차리고 번역가 모드로 전환하려 시동을 걸었다. 원문을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한 번 죽 읽고, 영어 표현에 맞는 한국어 표현을 빠르게 이것저것 떠올렸다가 가장 적절한 단어를 역시 빠르게 결정하여 타이핑하고, 필요할 때는 사전을 검색하고, 문장 요소를 알맞은 곳에 배치하며 한 세그먼트를 완성했다. 다음 세그먼트, 또 다음 세그먼트도 동일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비어 있던 타깃 세그먼트를 차곡차곡 온전히 내가 선택한 단어와 표현으로 채워 파일을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뇌가 팽팽 도는 느낌에, 개운하니 기분도 아주 좋았다. 얼마 전까지도 일을 했는데 이런 기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았다.

 

정답과 오답이 뒤섞여 있는 결과물을 먼저 읽고 원문과 비교·대조하면서 오답을 쏙쏙 골라내어 고치는 작업인 MTPE는 번역과 그 작업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누락되거나 오역된 단어는 없는지, 퍼즐 맞추기라도 하듯 소스와 타깃 세그먼트 사이를 빠르게 오가다 보면 눈알이 휙휙 움직이는 게 느껴질 정도다. 답지(오답투성이일 수도 있지만)에서 제시된 형식이, 애초에 내 번역으로는 나오지 않았을 형식일지라도, 틀리지 않았다면 고치지 않고 넘어간다. 더 좋은 문장으로 수정할 수 있어도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그 순간 ‘인간 번역가 수준의 문장을 원했다면 인간에게 일을 줬어야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괘씸한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짜증 나고, 고칠 수 있는데도 적당히 하고 넘어가는 나 자신도 못마땅하다. 그렇지만 돈을 그만큼 덜 받았는걸 어째. 그렇게 텍스트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 표면만 훑듯이 눈알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작업이 끝나 있다.

번역은 MTPE에 비해 시간은 더 걸리지만, 하고 나면 비로소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MTPE 일을 할 때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다. 피곤한 건 마찬가지지만, MTPE 일을 하고 나면 뇌를 썼다는 느낌보다는 내 안의 어딘가가 소진됐다는 느낌이 든다. 해외 번역가 커뮤니티인 ProZ.com에서 열린 MTPE 관련 설문 페이지에 달린 댓글을 읽다가 마침 기막히게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이 일은 “mental dumbing”, 그러니까 좀 과하게 말하자면 ‘멍청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딱 맞는 표현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깐, 이내 잔잔한 절망감이 찾아들었다. 번역은 본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뇌를 활발히 돌아가게 하는 일이었는데, 내 일을 하면서 멍청해지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니!

 

동료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MTPE에 대해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MTPE를 하다 보면 자신의 번역 실력이 기계번역을 따라 형편없어지는 것 같다는 분도, MTPE 대량 작업을 한 후 슬럼프가 왔다는 분도 계셨다. 자신의 글이 기계처럼 변하는 것 같고, 원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셨다면서 말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번역에 대한 생각이 일시적이나마 흔들릴 정도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달 번역 스터디에 참여했던 한 수강생은 MTPE만 하다가 처음으로 사람(다른 수강생)이 한 번역을 검수해 보니 느낌이 남달랐다는 소회를 전해주기도 했다. MTPE 일은 왜 우리로 하여금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저서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에서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될 만한 내용을 맞닥뜨렸다. 저자는 CAD(Computer Aided Design, 컴퓨터 지원 설계)가 등장했을 당시의 사례를 들어 인간이 기술이나 도구를 오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설명한다. MIT의 한 건축학 교수는 CAD가 처음으로 건축설계 교육에 도입되어 수작업 도면을 대체하게 됐을 때 다음과 같이 평했다고 한다. “건축현장을 그리고, 그 위에 선과 나무를 그려 넣으면서 우리 마음속에 이미지를 새기게 된다. 이것은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대상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도면에 그리고 다시 그려보면서 그 공간을 알게 되는 것이지, 컴퓨터가 우리 눈앞에 ‘재생’해준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여기에 저자는 “컴퓨터 작업이 도입돼서 실제로 도면을 그리는 작업이 사라질 때 사람들 머릿속에서 상실되는 게 무엇인지를 지적해 주는 말”이라고 덧붙인다. 

 

컴퓨터 작업을 기계번역에, 실제로 도면을 그리는 작업을 기존의 번역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CAD로 완성된 도면과 ‘휴먼 터치’를 더해 잘 다듬은 기계번역은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다만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MTPE 작업은 번역가가 원문을 보고 번역문을 구성해 나가며 겪는 사고와 탐구, 그리고 시행착오의 과정을 지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깊이와 만족감 역시 상실되기 마련이다. 고객사에 중요한 것이 생산성이라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옮긴다는 측면에서 번역가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과정성일지도 모른다.

김성우 언어응용학자의 저서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에는 기계번역에 관한 내용이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은… 내가 계획하지 않은 내용을 완결된 형태의 텍스트로 만들어주는 생성의 주체”이며, “생성형 인공지능 매개 글쓰기 과정에서는 뇌에 의해 표상·재현·시뮬레이션되지 않은 정보가 언어화되어 필자에게 주어지고, 그렇게 주어진 언어는 기존에 필자에게 체화된 생각과 교섭”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기계번역은 일련의 인지 과정을 거의 완벽하게 소거”하고 “번역자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각들을 기계가 대신”하며 번역자의 “생각을 앗아” 간다. 바로 이게 기계번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번역가가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구성할 권한을 박탈당하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결정인지 알 길 없는(의지에 의해 선택된 것도 아닌) 결과물을 뜯어고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두 권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보니 MTPE 일을 하면서 우리가 부당하게 소진된다고 느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번역가들이 애초에 본래 자신의 영역이었던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는 점점 잃어가고 기계번역 결과물만 들여다보게 되면, 인간의 검수를 거친 기계번역도 딱 그만큼 얄팍해지지 않을까. 아니면 기계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전하는데, 번역가는 갈수록 단순해지고 멍청해지려나.

(이하 생략)

그 어느 때보다 미니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진행되고 있는 11월, 호랭오피스와 슬랙은 밤낮 할 것 없이 멤버들로 북적북적한답니다. 여러 번 소개해 드려서 익숙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미니프로그램은 호랭 멤버들이 직접 기획하고 끌어나가는 활동이에요. 운동이나 독서(국내 소설&영어 원서), 루틴 세우기(아침&저녁) 등 너무나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잘되지 않는 일들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죠. 이번엔 홍보하러 온 것 아니고요~(ㅋㅋ) 크루로서 미니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들 사이에 오가는 활동이 너무 귀여워서 자랑 한번 해볼까 해요! 🤗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오신 S 님은 지난달부터 영어 원서 읽기 프로그램, 유니버스를 이끌어 주시고 있어요. 번역가 특, '돈 안 주면 영어 원서 안 읽음 😂'을 이겨내게끔 도와주고 있는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이번 달엔 페미니즘 고전인 <누런 벽지> 원서를 읽고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이 모임엔 정말 심.각.한 책덕후들이 계셔서 모임 있는 날마다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장바구니에 자꾸 책을 추가하게 돼요(추천 멈춰!... 아니야 계속해 주세요). 온갖 장르를 섭렵하시지만 그중에서도 공포소설을 특히 애정하시는 G 님이 소개해 주신 수많은 책 중 한 권을 공개합니다. 바로 루스 렌들의 <활자 잔혹극>! 번역가분들은 제목부터 구미가 당기시지 않나요? 궁금하신 분들은 서점으로 바로 달려가 보세요!

차분한 매력을 지닌 H 님이 이번 달부터 모닝루틴을 잡기 위한 아침 프로그램, 조조클럽을 시작해 주셨어요. 기존에 있던 나이트루틴 프로그램에 모닝루틴까지 더해지니 하루가 정말 균형 잡힌 채 흘러가는 것 같아요(전 모두 참여 중!). 눈 뜨자마자 오피스에 접속해 만나고 있는 멤버들, 이 정도면 가족보다 많이 보는 거 아니냐며...! 참여 만족도는 200%! 열어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

늘 따뜻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운동 인증 프로그램, 운동하세요 용사여를 이끌어주고 계신 J 님. 계절에 맞게 '예쁘게 물든 나뭇잎 사진 찍기' 퀘스트를 내주신 덕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붉고 노랗게 물든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용사분들은 J 님 덕에 걷다가 단풍잎에 괜히 한 번 더 눈길을 주셨겠죠?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집니다.

전 나이트루틴 시간이면 하루를 되돌아보고 내일 계획을 세운 다음 짤막한 일기를 써요. 얼마 전 일기에 '위더네이티브가 어느새 내 일상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썼더라고요. '소중하니까, 소중히 여겨야지'라고도요. 오랜만에 진짜 동료들이 생긴 기분입니다. 혼자 가는 프리랜서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으신 분들, 두 팔 벌려 환영해요!

슬랙 채널

우리 호랭들의 주서식지는 위더네이티브 웹페이지가 아니라, 슬랙 채널!
서로를 태그하고 알림을 받을 수 있어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요.

우리 슬랙채널은 다양한 연차의 동료에게 빠르게 답변 받을 수 있는 질문 채널, 여러 미니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미니프로그램 채널, 멤버십 호랭만을 위한 인사이트를 정리한 멤버십 아티클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자 여러 특강과 프로그램을 더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는 특별 할인 혜택을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러 호랭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곳이기도 해요 :) 

이런 다양한 경험은 모두 호랭멤버십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어요!

*11월부터 호랭멤버십 합류 링크는 매월 마지막/첫 주에만 열립니다!
매월 진행되는 활동 일정을 고려해 더 풍성한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취하는 조치입니다 :) 월말이 다가오면 놓치지 말고 멤버십에 합류하세요 :)

함께하고 싶다면, 미루지 마세요.

11월 위더네이티브에서 꼭 만나요.

다들 기다리고 있답니다 :)

거품 없이 편안한, 느슨하지만 끈끈한 공동체를 만나보세요.

위더네이티브에서!

자세히 보기 ➔